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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청자 복원성공" 일본 도예가 사기파문

nokchawooyu 2018. 11. 8. 16:31

기사입력 2000-11-27 18:45


일본 교토(京都)에 사는 일본인 중견도예작가가 한국의 도공이 만든 작품을 사들여 ‘목인(木人)’이란 자신의 낙관을 새긴 뒤 세계적 명품인 한국 고려청자의 맥을 이었다고 속여 세계적인 고려 청자 전문가로 행세한 희대의 고미술 사기극이 들통나 물의를 빚고 있다.

고려전승도예연구가 다니 슌제이(谷俊成·71·사진)는 최근 한국 도예인들의 끈질긴 추적으로 이 같은 사실이 탄로나자 26일 오후 4시경 경기 이천시 신둔면 이천도자기조합(이사장 이대영·李大榮)을 방문, 공식 사과했다.

다니씨는 이날 유승우(柳勝宇)이천시장과 이천지역 도예인들 앞에서 “머리가 복잡하다. 고려청자 복원 자체가 잘못된 것을 인정한다. 모든 것을 사죄한다”고 말했다. 도쿄신문은 27일자 1면과 사회면 톱기사로 이를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일본인들은 이를 최근 일본열도를 놀라게 한 후지무라 신이치(藤村新一)의 고고학 유물날조 사건에 버금가는 충격적인 사기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니씨는 60년대부터 고려청자에 매료돼 도자기 무역회사인 ‘다니통상’을 차린 뒤 70년대부터 이천지역 도자기를 구입해 일본 도자기 애호가들에게 판매해 와 국내에도 알려진 인물. 90년대 들어서면서 레어메탈(Rare Metal) 기술을 응용한 고려청자의 유약이나 청자를 빚는 흙(도토·陶土) 등 고려청자를 복원할 수 있는 비법을 찾아냈다고 속여 일본 내 매스컴 등에 발표했다. 다니씨는 이후 91년에 아키다(秋田)현미술관, 93년에 파리 유네스코 본부와 동양 컬렉션으로 이름이 높은 기메박물관, 95년에는 이탈리아의 피렌체와 밀라노 등에서 도예전을 열어 세계적인 고려청자전문가로 이름을 떨쳤다. 그는 또 밀라노 도예전 당시 시 최고의 명예인‘안브로지노금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10년간 계속된 그의 사기극이 백일하에 드러나게 된 것은 올 4월 다니씨가 고려청자의 비법을 밝혀냈다는 기사가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실린 사실을 도예계 원로인 동국요(東國窯) 대표 방철주(方徹柱·78)씨 등 이천지역 도예인들과 이천시가 알게 되면서부터. 다니씨는 이 기사에서 “한국정부의 요청으로 30년 전부터 고려청자 복원에 매달려 지금까지 1200여점의 고려청자를 제작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거센 항의와 정양모(鄭良謨)전국립박물관장 등 국내 전문가들의 이의 제기에 다니씨는 결국 사기극을 인정했다.

이천도자기조합측은 “다니씨는 고려청자로 이름이 높은 해강요(海剛窯)로부터 도자기를 구입하기 어렵게 되자 해강요에서 기술을 전수받고 독립한 이기휴(李奇休·90년 작고)선생으로부터 도자기를 사들이기 시작했으나 낙관을 이때부터 찍기 시작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니씨는 이선생의 제자인 박병호(朴秉浩·39)씨가 93년 ‘서광요(瑞光窯)’를 만들어 독립하자 94년경 박씨로부터 고려청자를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박씨는 27일 “예전부터 알고 있던 다니씨가 자신의 낙관을 찍은 고려청자를 만들어 달라고 해 지금까지 구룡정병, 어룡향로 등 고려시대 유물을 본뜬 작품 20여점을 판매했다”며 “다니씨가 고려청자를 복원했다고 주장했다는 소식을 올 5월 전해듣고 사실규명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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