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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서양인 랜도어가 본 조선인의 외모 본문
유럽식 의복을 입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조선 사람으로 오인됐기 때문에 나는 「변장한 조선 사람」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졌다. 그러나 나는 나의 새로운 이름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p.90)
랜도어가 자신이 조선인의 외모와 닮았다는 사실이 ‘자랑스럽’지는 않았음에도, 실제 조선인들에게 그렇게 보였다고 기록한 것은 흥미로운 사실이다. 위의 랜도어 사진을 보면 그의 외모가 직관적으로 판단했을 때 흔히 생각하는 서양인의 외모와 다르다고(동양인 같다고) 느낄만한 면면은 많지 않다. 흑백의 사진이지만 밝다고 짐작되는 살빛, 쌍꺼풀진 눈, 높은 코, 두상의 골격 등 대부분이 서양인의 일반적인(?) 외양을 띠고 있다. 그런데도 왜 그는 ‘변장한 조선 사람’이라는 말을 들었을까?
이에 대한 재미있는 해답의 실마리를 주는 것이 랜도어가 바라본 조선인의 인종적 특질에 관한 언급이다. 랜도어는 조선인이 백인종인 ‘코카서스족’, ‘아리안족’의 후예인 듯 보인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한 무리의 한국인들을 눈여겨보면 그들 사이에 거의 백인과 같은 사람과 그 특징이 아리안족에 아주 근사한 사람들이 있음을 보고 놀랄 것이다. 그런데 이 아리안족은 그 나라에서 상류계층에 속하고 있다.(p.53)
만일 당신이 조선의 왕족을 예로 든다면 왕과 왕비 그리고 모든 왕족, 특히 왕비 가문인 민씨 집안은 코카서스족과 같은 백인이며 그들의 눈은 전혀 치켜 올라가지 않았고, 우리의 눈매와 같이 아주 직선으로 되어 있음을 알 것이다. 고관 대작의 가문 중의 일부도 역시 유럽인으로 여겨질 정도이다. (p.54)
일단 아름답게 생긴 한 처녀를 택하기로 하자. 슬픈 듯한 모습의 작은 달걀형의 얼굴을 가진 그를 보라. 그는 아치형의 눈썹과 긴 속눈썹 때문에 타원형의 새까만 눈이 부드러워 보인다. 약간 덜 편평한 것이 낫겠지만 그는 곧은 코와 달콤한 작은 입을 가지고 있으며 눈처럼 하얀 에쁜 아랫윗니를 드러내고 있다. 당신이 그를 처음 보게 된다면, 그의 행동을 상당히 고결하고 침착하게 느끼게 되어 당신은 그를 거의 작은 조상(彫像)으로 여길 것이다....유럽 여인의 아름다움은 한국 여인의 아름다움에 비견할 바가 못된다. 왜냐하면 그는 그렇게 키가 크지도 않고 체형이 빼어나지도 않지만, 내 생각에는 극동 민족의 여성들 가운데에서 보기 드문 세련된 미모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매우 흔히 들어온 일본 여성은 보다 예술적으로 차려 입지만 조선의 비너스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밝은 살빛과 위에 열거한 특성들을 모두 고려해 볼 때, 조선의 여성은 나에게 유럽 여성의 아름다움의 표준에 가장 가깝게 근접해 있는 것처럼 보였다. (p.68)
한국인은 곧 중국인이어서 체격이나 용모가 서로 꼭 닮았으며, 만일 중국인을 닮지 않았다면, 다른 이웃인 일본인을 닮았다는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의 지배적인 생각이었다.
그런데 사실상 그들은 그 어느 편도 닮지 않았다. 물론 이 나라에 중국인과 일본인의 일반적인 용모가 스쳐 간 분명한 흔적을 남기기는 했다. 내가 구별하려는 특성은 백인과 흑인 사이의 특성만큼 그렇게 두드러진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말하면 한국인은 분명 몽골족의 다른 나라 국민들과 어떤 유사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몽골 종족에 속해 있기는 하지만, 조선 사람들은 그 종족 중에서도 완전히 특징 있는 지파를 형성하고 있다.(...)체격과 혼혈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조선만큼 흥미를 끄는 나라가 없으리라 여겨진다.
그것은 마치 아시아에 거주하고 있는 거의 모든 인종의 표본이 이 조그만 반도에 정착한 것처럼 보이는데, 이러한 사실은 모든 이주민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북쪽에서 남쪽으로 이동해 왔으며 결코 그 반대는 아니라는 이론을 어느 정도 반증해 줄 것이다.(...)어떻든 종합해 보면 한국인은 잘생긴 인종이다.(pp.53-54)
랜도어는 “아시아에 거주하고 있는 거의 모든 인종의 표본이 이 조그만 반도에 정착한 것”처럼 보인다고까지 말하고 있다. 그만큼 조선인의 인종적 특질은 중국, 일본과 비교했을 때도 유난히 다인종성이 강하게 보였던 것이다. 그리고 앞에 인용되었던 글30)에서 알 수 있듯 그는 조선인이 일본인이나 중국인에 비해 체격이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사실 조선인 내부에 다양한 인종이 섞여 있다는 것이나, 조선인의 몸이 중국인이나 일본인의 그것과 비교했을 때 ‘우등하다’, ‘아름답다’는 점을 언급한 서양인은 랜도어 한 사람만이 아니다. 조선을 방문했던 많은 서양인들에게서 그러한 언급은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30)“물론 중류계층은 비록 중국인이나 일본인의 평상 표본보다는 약간 더 세련 되고 체격이 강하기는 하지만 몽골리안형인 것은 사실이다.”(54면), “ 사람들 이 매우 흔히 들어온 일본 여성은 보다 예술적으로 차려 입지만 조선의 비너 스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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